올해로 16년 차,
그간 수많은 회식을 겪어왔지만 여전히 싫다.
그냥 일보다 더 싫은 야근이다.
항상 관리자급에서 요청해서
장소잡고 일정 맞추고 해서 모인다.
정말 소수의 몇몇 빼고는 다들 마지못해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며 참석하는 분위기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좀 달라지겠지 했건만
여전히 회식은 저녁시간, 술과 함께가 기본이다.
점심회식을 몇 번 제안해 봤지만 팀장들은 대체로 못마땅해했다.
술 한잔하면서 웃고 떠들고 좀 풀어지고 싶은데,
점심회식은 술이 없으니 그냥 식사라고 생각한다.
난 저녁은 집에서 남편과 함께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서로 바쁘고 내가 운동할 때도 있고 하니
주중에 저녁을 함께하는 날도 얼마 안 된다.
그런 소중한 시간을 회식에 양보해야 하는 게 싫다.
좋은 장소에서 좋은 음식과 함께하는 회식은 더 싫다.
이 좋은 자리에서 동료들과 야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깝다.
게다가 그냥 야근도 아니고
맘에도 없는, 그래서 노력해 가며 친근한 대화를 주고받고 웃어야 하는
어색하고 힘든 자리다.
난 술을 좋아하는데,
혼자 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좋은 거지
아무나 함께 하는 술자리가 좋은 게 아니다.
또 예민한 편이어서, 자리에 따라 음식맛 술맛도 천지차이가 난다.
팀으로 협업하며 함께 고생해서 성과 내고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라면
자축하는 의미에서 회식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요즘 그런 분위기는 경험하기 힘들다.
내 업무 특성상 혼자 타 팀과 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연차가 쌓이다 보니 팀원들도 각자의 업무분야가 있다.
대략적으로 각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지만 깊게는 모르고
내 일에 관련이 없는 경우 사실 크게 관심 가지도 않는다.
이러니 회식이 업무 연장이 되는 것이다.
차라리 일 이야기를 했으면 좋은데,
일 년에 한두 번 먹고 마시며 그 외의 대화를 나누자니
그냥 피상적인 이야기가 오고 가는 시간이다.
뻔한 건강, 영화, 드라마, 날씨 등이 반복되는 주제다.
재미도 없고 배울 것도 없고 그렇다.
아 시간 아깝다.
가끔 사람이 매력적이면
아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지고
대화 나눠보고 싶고 그런 게 있는데
이건 뭐 일하고 돈 벌자고 만난 사람들이니
인간적인 관심이 간다거나 그런 게 잘 없다.
그리고 아직도 술 권하는 문화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술 없는 저녁회식은 경험해 본 적이 없고
아무리 좋은 분위기에서 강압이 없다고 하지만
한잔 권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잘못 배웠고, 지금도 뭐가 잘못된 건지 인지하지 못한다.
내 세대에는 좀 다를 거라 생각했지만 아직도 이런 거 보면
좌절스러울 때가 있다. 아직 멀었구나.
세대가 교체되면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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