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춘기나 방황 없이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나온 것 같다.
그래서인지 중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쉬는 시간만 되면 거울 보러 여자 화장실로 몰려드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내색하지는 못했지만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세면대 두 개에 나란히 붙어있던 거울이 전부였는데 늘 바글바글했다.
회사에 오고 보니 예전 학창시절 만큼이나 한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화장실에 갈 때 자주 마주치는 여자가 있다.
늘 화장을 고치고, 머리를 매만지며 거울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문득 중학교때 거울 앞에 있었던 친구들이 떠올랐다.
어떤 심리일까 궁금해진다.
예쁜 내 모습을 바라보며 정돈하는 만족감?
본인이 생각하는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
그 행위 자체가 주는 여성스러움에 도취?
뭘까 늘 궁금해진다.
자기관리도 능력인 시대는 맞다.
회사에서 여자 팀장, 상무를 보면 헤어, 피부, 옷 다들 신경 쓰고 다니는 티가 팍팍 난다.
원래 그런 사람이 그 자리에 가는 건가 싶을 정도다.
한 번은 가까이에 앉아서 보고할 일이 있었는데 피부가 매끈히 광이 나고 모공이 보이지 않더라.
그런데 한편으론 그런 자기 관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리에 맞는 능력이야 기본이지만, 자기 관리야 최소한이면 되지 않는가?
회사는 나이 들어가는데
흰머리 염색, 피부관리, 옷 이런 데 다들 신경 쓰는 분위기다.
요즘 남자들은 머리숱도 관리하며 좋다는 약, 병원 정보를 서로 공유한다.
개인 성향이라고 하기에는 너도 나도 유행 좇듯 관리에 신경 쓴다.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반가울 리 없고
젊고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또 ‘사’ 자 들어가는 직업이 아닌 한 경험과 지식만으로 버텨내기 힘든 사회생활이니
한편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관리로도 감출 수 없는 것이 있다. 목소리.
나이 든 사람의 목소리는 바로 알아챌 수 있다.
어린아이 목소리만큼이나 분간해 내기 쉽다.
쉰 소리, 가래 끓는 소리, 목 가다듬는 소리, 식도염 않는 듯한 헛구역질 소리.
그 모든 것이 목소리에 묻어난다.
겨울이 되면 유독 심한데, 여기에 기침소리까지 추가되기 때문이다.
어떤 기침소리는 폐부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것 같아서
간혹 멈추지 않을 때는 저 사람 괜찮은가 싶다.
화장실 지박령 그녀를 생각하며 혼자 웃곤 했는데
생각이 여기에 까지 이르니 좀 씁쓸해진다.
피할 없는 노화, 늦게 시작한 사회생활,
정년까지 버텨야 하는 부담, 압박감이 뒤섞여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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