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난히 입이 짧은 건
예민하기 때문이었다.
불편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진수성찬을 차려놓아도
입맛이 뚝 떨어진다.
먹으면서도 맛이 잘 안느껴져.
그리고 그 불편한 상황이라는 게
직장생활 시작하고는 거의 일상이었다.
일도 맘대로 잘 안 풀리고
함께 식사하는 사람, 대화,
그 모든 게 불편해서 피하고 싶은데
차마 그럴 수 없으니
맛도 없는 점심을 꾸역꾸역 먹어왔다.
물론 먹고 나서 소화도 잘 안되고 더부룩했다.
지금은 좀 덜한데 10년 전만 해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게
직장인 기본 소양 같은 거였다.
그래서 한 번은 도시락 싸와서 자리에서 혼자 먹기 시작했더니
바로 면담 들어오더라.
사람들이 뒤에서 뭐라고 하니 웬만하면 점심 함께 하는 게 어떻겠냐고.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왕따 당하는 줄 알았나 보다.
혼자 먹는 게 좋았을 뿐이었는데.
지금까지도 정말 즐겁고 맛있게 식사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는 수준이고
시끄럽고 번잡한 장소에서는 정신이 산만하고 짜증 나서
제대로 식사하기 어렵다.
그리고 늘 딱 먹고 싶은 그 맛이 있다.
그래서 식당에 가도 맛있는 메뉴 하나를 제대로 먹을 것을 좋아하고
내가 선택하지 않은 여러 음식은 셰어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나는 거의 매일 집밥을 해 먹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가장 편안한 존재 남편과 함께, 때론 혼자 먹는다.
맛있는 음식은 혼자 먹어도 꿀맛이다.
요리솜씨는 하면 할수록 늘고
식재료 구매, 보관하고
식비 절약하는 노하우도 쌓여간다.
그래서 음식 원재료 값을 알고 나면
사 먹는 음식값이 아까울 때가 많다.
이거 내가 만들면 얼마짜리인데 하고 비교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나의 정성과 수고는 제외이다.
오늘은 일전에 만들어둔 소고기 미역국에 삼치 두 도막을 구울 거다.
단백질이 부족할 거 같으니 달걀찜도 하나 해야겠다.
탄수화물 줄이려면 밥 조금 푸고, 달걀찜에는 달걀 4개 넣어야지.
아 오이도 2개 있는데 가위로 잘라서 이금기 칠리오일이랑 이것저것 넣어 무쳐도 맛있는데
이건 시간 봐서 추가하던지 해야겠다.
너무 욕심내면 피곤하다는 걸 안다.
대체로 오전 그날 저녁메뉴가 결정된다.
그럼 오후에 남편에서 톡으로 알리고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꼭 그걸 만들다.
퇴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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