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장례식이었는데 왠지 안 가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혼자라도 가자 하는 마음으로 일도 제끼고 갔다.
상주분께 마음이 쓰여서 위로해 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KTX 타고 3시간 넘게 걸려간 장례식에서
그 분 얼굴을 뵈었고 많이 상해 보여 안쓰러웠다.
부친상이었는데 아버지 이야기도 듣고 싶었다.
지병은 있으셨는지 힘들지는 않았는지.
그런데 그 분은 내가 앉은 테이블에 오지 않았다.
장례식장에는 먼저 온 회사 동료들이 많이 있어서 대화가 끊기지 않고 어색함이 없었지만
내 시선은 허공을 두리번 거리며 그 분을 찾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내가 생각했던 만큼이 아니었구나.
나도 내 마음 편하자고 갔었지.
결국 나도 생색내고 싶고 눈도장 찍고 싶었구나.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피곤함이 몰려오는데도
관계에 대한 이런 저런 회의감이 들었다.
자다 깨다 책보다 하면서
아 이렇게 멀어지고 또 볼일 없어지고 하면
그렇게 한 인연이 또 끝나겠지 생각했다.
회사에서 만난 인연이 100% 진솔하고 진실할 수 있을까?
일이나 이해관계가 한번이라고 엮인 적이 있는
혹은 업무적으로 어떤 식으로든 연이 닿는 관계라면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동료 치고는, 선후배 치고는
친절하고 배려심 넘치는 성숙한 그런 관계가 있긴 하다.
그러나 거기엔 늘 회사하는 전제가 붙는다.
살면서 단정짓고 확신할 수 없는 것들이 점점 많아진다.
확신할수록 그 믿음이 깨질 때 후폭풍이 크고 후유증도 오래 남았다.
경험으로 삶을 배우고 나서 책을 읽을 때 공감의 폭, 생각의 깊이가 달라짐을 느낀다.
예전에는 책으로 인생을 간접적으로 배우서 인생은 좀 쉽고 재미있게만 살고 싶었었다.
그런데 책으로 배우는 삶과 몸소 겪어 나가는 삶은 다르다.
그것도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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