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병문안 가서 얼굴보고 같이 식사했다.
당은 여전히 관리 안되고 있었고
상태 설명을 하는데도 횡설수설 했던 말 또 하고
눈은 좀 흐리멍텅
가끔 초첨을 모르겠어.
야채 많이 먹고 싶다며 한식 뷔페 가자고 하여 갔더니
음식 집는 게, 식단관리는 전혀 안되고
당면 부침개 밥 카레.. 식혜 먹고 싶다는 것을 겨우 말렸다.
아무리 병원에 있었다지만
환자식이 필요한 시기이고
배에 인슐린 주사 맞으며 관리 중이었는데
저리 허겁지겁 입술에 잔뜩 묻혀 가며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무서워지더라.
아 당뇨도 문제지만
인지적인 부분에도 뭔가 잘못되고 있다.
그게 노화든 치매든 망상이든 정상의 범주가 아니다.
속으로 깊게 한숨이 쉬어지더라.
이젠 또 뭐해야 하나. 퇴원이 문제가 아니다.
정신과 진료를 봐야 할 것이고
그 치료에 본인이 협조해야 약물 치료가 가능하겠지.
당도 저렇게 관리하면 합병증 올 건데 이건 시간문제겠지.
이번에 발에 염증 정도이지만 다음은 모르겠다.
엄마는 타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를 하자 했지만
이 지경이면 말년에 인간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건데
그걸 지켜보는 내 마음이 편할리 없겠지.
그렇다고 완전히 외면할 수도 없을 것이고.
좋은 시나리오가 그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과정이 길어진다고 했을 때 내 삶에 미칠 영향까지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구에게나 삶의 숙제가 있는데
내겐 좀 빨리 오는 듯하다.
질병, 죽음 이런 게 외면하거나 또는 모르고 살면 삶이 좀 밝고 희망차고 아름답고 그렇게 보인다.
그런데 한번 알아버리면 내 기억이 망각을 통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번 숙제는 좀 길겠다. 그리고 다 마치고 나면 또 잊혀지겠지.
아빠의 죽음이 그랬다. 참 힘들었었는데 사망신고하고 내 숙제를 다 마치고 난 뒤
곧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며 일상으로 돌아왔다.
가끔 생각나지만 그때 그랬었지 하는 수준이다.
당시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쉽다. 축복의 순간이라지.
그에 비하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다 다르고, 때론 고통스럽다.
본인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인생은 그걸 수습해야 하는 때가 오는데
당사자가 수습이 안되면 가족이 그 일을 도맡게 된다.
너무 때를 놓쳐버려도 그 일이 짐으로 남아 가족에게 넘어간다.
엄마에 관한 숙제까지 마치고 나면 난 좀 후련하게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제서야 평온을 되찾을 수 있겠다.
돌아갈 때까지 덜 괴롭고 덜 피폐해지기 위해서
순간순간의 희비에 널뛰기하기보다는
인생이라는 큰 스케일을 생각하며 수습해 나가야겠다.
시간, 돈 모두 인생이라는 긴 관점에서.
그러면 웬만한 일들은 해치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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