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컨디션 관리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도
내 몸을 내가 잘 모를 때가 있다.
어떤 때는 아픈 게 싫어 미리 약을 먹어뒀더니 또 헤롱헤롱.
오늘은 어제부터 몸이 근질근질하여 잠을 뒤척이다 지르텍을 먹고 출근했는데
종일 몽롱하다. 카페인도 소용이 없는 날이다.
일단 출근은 했고,
다행히 정신 집중해야 할 중요한 업무는 없는데
앉아서 퇴근까지 버텨내야 할 생각에 머리가 하얘진다.
예민한 성격에 책상에 엎드려서는 잘 수 없고,
어디 마땅히 걷거나 쉴만한 곳도 없다.
전에는 에너지 음료나 박카스 같은 거 드링킹 하고
커피도 쉴 새 없이 마시곤 했는데
이제는 그 정도로 몸을 혹사시키고 싶지 않다.
몸이 쉬라고 신호를 보내는 데 무시할 수 없는 나이다.
그럼 버텨내는 방법뿐이다.
그렇게 종일 버텨 간다.
이런 날은 서럽다.
뭐가 서럽냐면 쉴 수 없다는 것.
연차 쓰면 되지 않냐는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고,
애매하게 피곤할 때, 막 아프거나 하지 않을 때는 버티는 게 기본 값인 회사생활 말이다.
그럼 무엇을 위해 참고 버티느냐? 당연히 월급이다.
크게 의미 있거나 중요한 업무가 아니더라도
정해진 시간 내 자리를 지킬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일 자체로 내게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면
그 열정으로 버텨 보겠는데
지금은 그런 게 남아 있지 않다.
초반에 열심히 버텨온 만큼 현타가 세게 왔던 건지
지금은 마음이 완전히 돌아 서 버렸다.
예전에는 일의 ON/OFF가 잘 되지 않을 정도로 에너지를 쏟으며 일했다.
주말에도 도서관 가서 관련 서적 보고, 늘 최고를 벤치마킹 삼아 따라가려 노력했다.
그만큼 자책, 후회, 우왕좌왕 맘고생도 많았다.
지금은 그런 스트레스는 많이 줄었다.
대신 이렇게 졸린 날 내가 버텨야 할 힘이 부족해졌다.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도 있겠다.
전에는 나른할 새도 없이 늘 정신이 곤두서 있었으니.
6시가 다 되어간다.
이런 날 집에 있었다면 참 좋았겠어.
한 시간 침대에서 낮잠이면 피로가 다 날아갔을 듯하고,
그럼 남은 하루는 침대정리, 집정리, 영화, 운동 등 여유 있는 일상을 보낼 수 있었겠지.
난 오늘 그런 하루의 기회비용을 벌었네.
일당 얼마 되지 않지만.
그 가치가 같다고 생각되지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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