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가 쌓이고 직급이 올라가니
팀장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그땐 그냥 싫었고, 지금은 정말 정말로 싫다.
한 회사에 오래 다니고 있자니
아는 것들이 많아지는데 알면 알수록 정말 노답이기 때문이다.
성격상 이 갑갑한 상황에서 관리자 실무를 잘 해내기 어렵고
그렇다고 적당히 뭉개며 큰소리 칠만큼 뻔뻔하지 못하다.
처세, 관계관리, 그리고 경우에 따라 큰소리치고 맞설 줄도 알아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이게 뭐 대단한 명예, 연봉으로 보상해주는 것도 아닌데 힘 빠진다.
그리고 팀장이었다 보직을 내려놓게 되면 대략 난감이다.
그 사람은 팀원으로 데리고 있을 새 팀장에게도 부담이고
외부 팀에서 받아주는 것은 더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다.
그러니 해왔던 직무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생기고
적지 않은 연차에 새로운 일과 사람에 적응해야 한다.
물론 팀장이었던 사람이 타 팀 팀장으로 가는 경우도 있는데 드문 케이스다.
회사에서 팀장을 수락한 사람들을 보면
팀장이라는 자리가 주는 프라이드가 있는 경우,
일이나 성공에 열정이든 욕심이든 있는 경우
위에서 까라니까 까는 경우 등이 있었다.
팀장 된다고 보상이 크지 않은 회사니까.
난 만년 실무하는 부장으로 있다 은퇴하고 싶다.
밑으로 신입을 받아서 가르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냥 이 수준 유지하며, 좋은 툴들 활용하고 필요하면 대행사 외주 써가며 커버 가능하다.
전에는 이 연차에 이 업무레벨이라니 자괴감도 들고 했었는데 지금은 좀 다르다.
IT트렌드가 너무 빨리 바뀌고, AI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니
마케팅 업무 자체가 도저히 손에 잡힐 수 없는 일이 되어간다.
연차가 쌓이고 특정분야 지식이 있다고 해도 계속 배우고 적응해야 한다.
그러니 이 업무 자체에 대한 프라이드나 욕심을 내려놓게 되었다.
단, 좋은 회사에서 잘나가는 제품에 대한 마케팅 업무는 욕심난다.
트렌드 리딩하며 예산 써가며 그 시대가 요구하는 마케팅을 해볼 수 있으니까.
물론 그 제품도 시즌이 지나면 레거시가 되고, 트렌드도 곧 교체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요즘 차라리 마음 편하다.
이 자리가 나 혼자 뭘 해볼 수 없는, 정말 그러기 힘들 자리였는데도
욕심 내고 불안해하고 늘 이직을 준비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주어진 일에 충실한다.
물론 마음 저 구석에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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