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 16년 차 직장인이다.
은퇴준비, 건강관리, 저축, 투자 등 걱정거리가 있지만
이건 누구나 이 시점이라면 생각해봐야 할 거리이고
나는 지금의 내 나이가 내 인생에서 한참 좋을 때라고 생각한다.
건강, 자산, 직장, 가족 등 숙제를 열심히 해왔고
또 해나갈 예정이며
마음의 여유, 삶을 관조할 줄 아는 느긋함도 조금 생겼다.
그런데 하나, 가끔 오락가락하는 것이 있다.
돈 쓰는 것도 나이 들어가며 흥미가 떨어지는데
지금 좀 더 써도 되지 않을까, 얼마나 써도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경험으로 보면 돈 써서 물건을 소비해 가며 얻는 만족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월 사고, 갖고, 보고 하는 조건부 적인 것들이 주는 행복은 유통기한이 아주 짧았다.
몇 달, 심지어 몇일만 지나도 가물가물해.
그럼에도 젊음이 아직 반짝반짝할 때
그 짧은 시간을 좀 더 화려하게 즐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어쩜 커리어의 정점 같은 지금, 좀더 꾸미는데 돈 시간을 써봐야 후회가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종종 든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다 가도
은퇴 후 츄리닝 세트에 운동화 신고 잠바 하나 걸치고
정말 나답게 자유롭게 뛰놀 생각 하면
그래 지금 돈 모으는 게 맞지 싶다.
보여지는 게 얼마나 피상적인지,
보여지는 모습에 메여 사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지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이 들어서 사회생활 속 가면을 벗어던지고 나로 돌아갔을 때만큼은
정말 나 있는 그래도 살아가고 싶고
그 시간을 가능한 앞당기고 싶다.
40대 중반 여자 직장인이면 자기 관리에 몇십은 기본으로 든다는 류의 글을 많이 보았다.
머리, 염색, 옷, 신발, 피부, 운동 등 요즘은 관리도 상향평준화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수준, 기대치도 높아진다.
그럼 나에게 적당한 선은 어디까지일까.
딱 정해진 기준은 없겠지.
그렇다고 유행, 남들 시선에 맞춰 한 달에 몇십씩 외모에 투자하고 싶지 않다.
염색은 집에서, 펌은 다이슨으로, 옷/신발은 가끔 내가 좋은 하는 그리고 필요한 아이템으로 적당한 예산에 맞춰서
그렇게 절약을 기본으로 살아가야지.
그리고 지금처럼 연말에 나를 위한 선물 하나씩을 꼭 해야지.
올해 참 다사다난했었는데
내가 좋았던 순간을 몇 개 떠올리자면
건조기에서 막 꺼낸 따뜻한 잠옷을 입고 잘 정돈된 안방침대에서 맛난 황도 먹으며 폰 보고 책 보고 영화 보고 뒹굴뒹굴했던,
겨울에 힘들었던 일 잘 마무리하고 까치울역에 내가 좋아하는 해장국집에서 한 그릇 뚝딱했던,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멋진 공연 보고 걸어 내려와 맛있는 음식 먹고 태극당에서 간식거리까지 사서 집에 왔던,
토요일 아침 조용하고 햇볕 잘 드는 거실 소파에 앉아 드립커피 마시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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