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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궁합 봤던 이야기

FIRE

by Urban Wanderlust 2026. 10. 2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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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에 말이지

내 사주를 봐줬던 분에게 연락해서 궁합을 봤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지금은 없어진 동묘역 옆에 있던 2층 스타벅스에서 만났다.

 

지금 남편의 사주, 사진을 가지고 가서

조심스럽게 궁합을 봐달라고 했다.

 

인류애가 있던 그분은 열심히 사주 궁합을 보시더니

결혼하지 말라고 했다.

이 건 70점인가 72점인가 하는 궁합이라고.

다른 사람 만나라고.

 

그리고 2시간 넘게 구구절절 설명했었는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대부분 돈 관련 이야기였던 것 같다.

당시 연애하면서 왠지 이 사람과 결혼할 것 같은 강한 예감이 있어서 그랬는지

그런 이야기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연애하다 결혼했고 벌써 만난 지 10년이 다 되어 간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분이 왜 말렸는지 알 것 같다.

난 예민하고 체력도 약한데 계획, 책임감, 실천력 이런 데는 강한 편이다.

그러니 딸리는 체력과 정신력으로 버텨 버텨 열심히 산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인생의 의미, 목적, 존재의 이유 이런데도 관심이 많은데 지금은 그런 생각에 빠질 만큼의 여유가 없다.

아마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시간이 되고 하면

그 여유를 만끽하며 재미있게 자유롭게 살았을 것 같다.

책 보고 강좌 듣고 공부하고 투자하고.

 

아 내 사주보고 그런 이야기도 했었다.

개가 목줄에 메여있다고. 그거 벗고 나가야 하는데.. 갇혀 있다고.

 

별로 그러지 못하는 지금은 어떠냐면,

4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

인생의 생로병사, 노후준비 등 여러 삶의 고비를 경험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너무 욕심부렸더니 과호흡 오고 버티기 힘들어져서 좀 내려놓고 주어진 시간에만 충실하려고 한다.

이상과 현실이 다르지만 이건 언제가 같은 수 없으니.

 

그래도 이 고비를 조금이라도 일찍 겪으며

힘든 숙제를 끝내 두고 나면 내가 기다리는 그때가 올 거란 희망이 있다.

자유롭고 평온한 하루, 온전한 내 시간.

 

물론 신체의 노화와 질병이 얼마나 기다려줄지 모르겠지만,

그건 생과 사 그 사이에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내 삶이니 그것까지 인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한 책임지는 게 옳다.

 

궁합 70점 나온 남편과의 일상은 재미있다.

늘 둘이 논다. 초딩 상태로.

유치의 경지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내 나이에 누구와 이렇게 놀 수 있을까 생각하면 신기한 인연이다.

요즘은 병원놀이에 빠져있는데 아쉽게도 내가 피곤해서 일찍 잠들고

남편은 야근하느라 늦게 온다.

침대에 눕혀놓고 야간진료 해야 하는데 피곤해서 먼저 누워 버린다.

 

누워있는 남편을 조물조물해 가며 가짜 주사도 놓고 하는데

아주 신나고 재미있다.

마운자로 놔주면서 시작된 놀이인데

이번 건 오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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