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의 결과가 내게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다.
늘 계획해서 준비하고 실천하는 일상이 몸에 밴 나는
노후준비, 저축, 건강관리, 주말계획 등이 일상이다.
요즘 정보가 많다 보니 미리 알고 챙겨두면 좋겠다 싶은 것들이 많다.
그런데 엄마가 복병이다. 올 초 당뇨 수치가 천을 넘어 중환자실 입원 후
한번 더 쓰러져서 입원했고 지난주 또..
여전히 공복 당 수치가 100을 넘고 있으며
입원 당시는 300가까이 되어 인슐린 주사 맞으며 조절했다고 한다.
연초 입원 당시에는 응급실, 중환자실에 있다 거동이 안되어
4인실에 간병인 쓰고 요양원에서 회복하느라 1500만 원 넘게 들어갔고,
이번에는 담도 막혀서 스탠트 시술하고 당 관리하느라 2-300은 쓴 모양이다.
건강관리가 안되니 돈도 돈이고 몸도 고생하고 갈수록 악순환이다.
내가 가장 걱정되고 짜증 나는 것은
이 난리를 겪고도 엄마가 당 관리를 제대로 안 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
그리고 이 경우 병원치료, 필요시 수술이나 시술, 최후 요양병원, 요양원으로 이어지는 수순이 눈에 보이는데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 돈 정리, 동생과 간신히 시간 쪼개며 번갈아 문병에 의사면담까지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이 악화되기만 할 상황이다.
나는 그저 수습하느라 바쁠 것이고.
이 것들이 표현적으로 내가 겪어야 될 스트레스라면
그 이면에 또 다른 것들이 있다.
내가 엄마에게 그런 적이 없는데 엄마는 왜 나에게 이런 짐은 지우는가.
식단관리, 운동 그 쉽고 단순한 일상을 못 지켜서 왜 일을 이렇게 키우는지.
한 사람이 이렇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왜 내가 봐야 하는지.
그 사람이 죽어야만 끝나는 비극.
이 모든 것에 도의적인 의무감으로 내 역할을 지켜내야 한다는 스트레스.
그리고 또 하나.
엄마의 노년기를 지켜 보여
유년기부터 엄마와 함께 보내온 시간을 떠올려본다.
노년이라는 삶의 결실, 결과를 이해하고
엄마와의 관계가 어디서부터 이렇게 흘러왔나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간을 거슬러 가보게 된다.
그러면 잊고 있던 과거를 떠올리게 되는데
엄마와 따스했던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아.
엄마에 대한 그런 기대도 없이 혼자 열심히 살아왔던 기억뿐.
각자 바빴고 엄마가 어떤 사람이라는 생각조차 깊게 해 본 적이 없다.
가족이지만 타인인 엄마.
어려서부터 멀게 느껴진, 그래서 친해지고 싶다거나 사랑받고 싶다거나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 엄마의 자리가 불안하긴 했어.
있어도 불안, 없어도 불안.
지금처럼.
내 숙제를 다 끝내고 나면 이 기억들이 더 잊히겠다.
떠올릴 일도 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좀 편안해질 것 같아.
많이 슬프지는 않고, 씁쓸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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