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회사도 참 다양한데 그때는 잘 몰랐다.
내가 입사한 회사는 자체 제품이라 곤 없는 용역, 서비스 중심의 회사였다.
통신망 구축하고, 통신 네트워크 제품 총판이나 리셀링하고,
가벼운 수준의 부가 솔루션 정도 개발해서 패키지 형태로 판매하는.
처음 입사했을 때 회사규모가 500명 쯤되는 중견이었고
사업영역도 너무 다양했기에 늘 배우는 마음이었다.
B2B 사업이 대부분이었기에 고객과 사업에 대한 키는 영업, 사업팀에서 쥐고 있었고
마케팅 업무는 뭔가 주최/주관해서 리딩한다기 보다 지원업무 성격에 더 가까웠다.
그래도 전시, 세미나, 판촉, 광고, 영상, 후원 등 많은 걸 경험해볼 수 있었다.
지금은 그래도 좀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대충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거든.
처음엔 사수 없이 혼자 남았을 때 배울 곳이 없어 많이 힘든 적도 있었다.
그땐 Chatgpt도 블라인드도 없었으니 혼자 고민하고 해결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
제품 기획, 개발, 런칭에 이르기 까지
여러 관련 부서 사람들과 비전과 철학을 나누며 마케팅을 기획해 보고 싶은 마음.
A-Z까지 의도와 방향성을 가지고 한번은 후회 없이 프로젝트를 꾸려 보고 싶은.
지금까지는 그럴 기회가 한번도 없었다.
회사는 투자 마인드가 없었고,
제품 개발은 프로젝트에 끼워서 고객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브로슈어를 만들려 해도 제대로 된 기능 소개서 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했으니
참 나도 뭣 모르던 시절부터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다.
마케팅 조직 없이 혼자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여러 팀 사람들과 일해왔었는데
그런 업무 구조 탓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자체 예산도 거의 없었으니 돈도 백도 없이 일했다.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제품은 여전히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이고
서비스나 용역 사업도 경쟁력이 떨어지고
조직은 나이 들어간다.
물론 나도 함께.
커리어로 정점을 찍어본 기억이 없다는 게 서글플 때가 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16년 가까이 일하며 업무적으로 안정적인 내공이 쌓인 것도 아니다.
IT기술, 트랜드가 너무 빨리 변해 왔기 때문에 배우고 적응하기 바빴다.
내 직장생활이 뭔가 애매하게 마무리 될 것 같아 벌써부터 찜찜한 마음이다.
그래도 내 젊은 날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기에 그러면 안될거 같거든.
스터디 차원에서 IT전시, 세미나에 가끔 참석한다.
그럼 마케터의 눈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행사 규모, 컨셉, 구성, 주제 등등
잘 짜여진 화려한 행사에 방문할 때면 나도 이런거 하고 싶은데..
하는 아쉬움이 늘 있다.
어느 한 역할을 맡아서 TF의 일원이 되어서
팀웍 보람..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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